Page 83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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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한테 전화가 걸려 와서, “이를 뽑고 누워있다”고 하니,
대뜸 하는 소리가 “누구하고 싸웠습니까? 이제 세상과 너무 싸우
지 마세요”라고 한다
“예, 자중하겠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부끄러워서 얼른 끊었다
생각해보니, 참 오랜 세월 세상과 멱살 잡고 싸워온 게, 분명했다
그게 누군지도 모르고, 왜 그런 줄도 모르면서 …
뺨을 몇 대 더 맞고 나면, 아랫니마저 빠질게 끔찍하여
이제 그만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제 그만 싸우자」 전문 -
시인은 “오랜 세월 해왔던” 싸움 때문에 이빨이 상했다. 뭐 그럴 수 있다.
살다보면 화나고 속상하는 일이 어디 한두 건인가! 한 번은 성질대로 싸웠
다. 그러다 이빨이 상했다. 보통 사람은 일상의 이런 일을 시간이 지나면 잊
어버린다. 그리곤 또 술 마시고 화내고 싸운다. 다음에 싸움나면 몇 대 더
때려야지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자랑도 할 것이다. “그래야 내가 험난
한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합리화한다.
그런데 시인은 ‘싸움’이라는 ‘일상의 현상’에서 차원이 다른 진리를 발견한
다. 어떤 사람이 “대뜸” 말하는 전화를 받고 부끄러워하며 “곧바로” 각성한
다. 물론 “뺨을 몇 대 더 맞고 나면, 아랫니마저 빠질게 끔직”하기 때문이기
도 하다. 시가 말하는 싸움은 치고 박는 물리적인 싸움만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가면 또 다른 달, 즉 정신적인 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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