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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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는 것은 아니다[有德者, 必有言; 有言者, 不必有德].”는 구절은 그냥 『논어
          論語』 「헌문憲問」편에 나오는 격언일 뿐이다. “의미를 체득했으면 말을 잊어
          라.”는 ‘득의망언得意忘言’ 역시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 있는 성어成語일 따

          름이다. 결국 『대승입능가경』 권제5 「제6 찰나품」과 『능엄경』 권제2에 있는

          다음의 구절들이 중요하다.


              [1] “어리석은 이에게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만 보고 달은 보지 않듯

              이 문자에 집착하는 이는 붓다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如愚見指月,

              觀指不觀月; 計著文字者, 不見我真實].”
              [2]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에게 달을 가리켜 보이면
              그 사람은 마땅히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아야 한다. 만약 손

              가락을 보며 달이라고 여기면 이 사람은 달만 잃어버리는 것이 아

              니라 손가락마저 잃어버린다. 왜 그런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밝은
              달로 여기기 때문이다. 어찌 손가락만 잃을 뿐이겠는가! 밝음과 어
              둠마저 알지 못한다. 왜 그런가? 손가락을 달의 밝은 본성으로 여

              겨 밝음과 어둠의 두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如人以手指

              月示人, 彼人因指當應看月; 若復觀指以為月體, 此人豈唯亡失月輪, 亦亡其
              指. 何以故? 以所標指為明月故. 豈唯亡指, 亦復不識明之與暗. 何以故? 即以
              指體為月明性, 明暗二性無所了故].”




           손가락을 달로 여기면 달과 손가락 모두를, 나아가 밝음과 어둠 자체도
          잃어버린다고 강조해 놓았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달’과 ‘손가락’을 구분
          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평범한 사람의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는 일은 거

          의 없다. 설사 가리켜도 그 손가락을 따라가는 사람도 매우 드물다. 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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