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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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체득한 깨달음의 깊음·얕음의 징후(기준)를 매번 (사용하는) 언
              어로 파악한다[心之妙, 不可以語言傳, 而可以語言見. 蓋語言者, 心之緣·
              道之標幟也. 標幟審則心契, 故學者每以語言爲得道深淺之候].”            4)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깨달음의 깊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언어
          는 중요한 물건이다. 말 속에 말이 있는 말이 귀중한 것이 아니고, 말 속에
          말이 없는 말이 귀중하다. 말 속에 말이 없는 말은 어떤 말인가? 논리적이

          고 분석적인 말로 설명한 말이 말 속에 말이 있는 말이다. 이것은 죽은 말

          이다. 왜? ‘진리 그 자체’는 분석과 분별을 벗어난 곳에 있기 때문이다. 말
          속에 말이 있는 말, 즉 ‘의미 있는 말[有義語]’은 독자를 ‘의미 있는 그 곳’에
          만 멈추게 한다. 논리와 구조 그리고 단어에 집착하게 만든다. 반면 말 속

          에 말이 없는 말, 즉 ‘의미 없는 말[無義語]’은 무한히 넓은 세계를 독자에게

          준다. 언어와 논리에 대한 ‘좁은 집착’에서 벗어나게 한다. ‘지혜의 눈[慧眼]’
          을 선사한다. 시가 하는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최재목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
          수)의 시 「이제 그만 싸우자」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흔들리다 결국 금이 가버린 윗니를 뽑고 와서,
              우울하게 누워있었다
              하나 둘, 비어가는 치아가 좀 서러웠다




              어쩌면 내 삶도, 그렇게 차츰 이빨이 빠져나가
              가벼워지고 있었다




          4) 『嘉興大藏經』 第23册, 臺北: 新文豊出版社 影印本, 1987, p.70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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