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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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처럼 살 수 있다면
한 대 맞아도 돼
버림받아도 돼
어쩔래
그래 어쩌라고
-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전문 -
현실, 번뇌, 고뇌, 생활 등이 가하는 다양한 압력에 당당하게 대드는 시
인의 모습이 팔딱거리며 다가온다. “자꾸 간섭하지 마,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살았다. 그게 좋잖아!”라며 각종 압력에 주눅 들지 않고 대든
다. 그래서 심지어 “나도 나처럼 살 수 있다면/ 한 대 맞아도 돼”라고 소리
지른다. 물론 한 때는 “어쩔래!”가 말에 그치고 말았다. “나는 나대로 살았
다/ 어쩔래 네 멱살을 잡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고 속으로만 외쳤다.
결국에는 “나는 나처럼 살 수 있다면/ 한 대 맞아도 돼/ 버림받아도 돼/
어쩔래/ 그래 어쩌라고”라며 기어이 독립한다. 천상천하의 모든 것이 귀하
지만 시인 자신도 귀한 존재임을 설파 한다. 시인 자신만 귀한 것은 아니
다. “너는 너대로 살았잖아”, “너는 너처럼” 등 상대방의 존재도 쿨 하게 인
정한다. ‘어쩔래’라는 무색무취의 단어를 적절하게 배치해 ‘내 인생의 주인
으로 살아 왔다’는 소회所懷를 드러낸다.
“어쩔래!”라며 “이빨 빠질” 정도로 달려드는 현실의 여러 압력에 대항하
며 열심히 산 시인은 그런 삶 속에서 진리를 터득한다. 제행무상의 진리만
인식한 것은 아니다. 제행무상은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이해할 나이가 되
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질 수밖에 없는” 제행무상에
서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진리’로 시인은 나아간다. 제행무상 속에 자리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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