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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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서귀암 말차법을 위한 찻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이유로 스님이 ‘전각을 시작 해보라’고 하
셨던 게 아닐까 한다.
보통 전각은 수십 년 글씨 공부 끝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초등
학교 습자 시간에 붓을 들어본 이후 한 번도 붓글씨를 써본 경험이 없는
필자에게 스님께서는 너무도 쉽게 가르쳐 주셨다. 전각을 할 때는 정좌正
坐하여 묵상默想하고 시작하라. 인고印稿가 구상되면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고 일주일 이상 오가면서 보았을 때 마음에 들면 인석印石에 묘사描寫하
라. 칼을 쓸 때는 칼끝에 힘이 다하여 마치 사자가 먹잇감을 잡는 것처럼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완성하라고 하셨다.
전각을 하며 다른 생각을 찰라刹那라도 하면 획이 날아가든 손을 다치
든 둘 중에 하나가 반드시 일어난다. ‘아차’ 하는 순간 이미 때는 늦게 되는
것이다. 어느 일이나 하나에 집중하면 내 마음의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지
만 필자에게는 전각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것을 스님께서는 간파看破하
고 계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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