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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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방법[入不二法門]’에 대해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수 보살이 유마 거사
에게 “불이문不二門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다. 유마 거사가 침묵으로 답변했다. 문수 보살이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문자와 말이 없는 이것이야말로 둘이 아닌 진리에 들어가는
8)
문.” 이라며 찬탄했다. 유마 거사의 이 침묵이 그 유명한 ‘유마일묵維摩一
黙’이다. ‘진리 자체[不二]’는 언어·문자에 있지 않고, 진리는 침묵으로 체득
하는 것임을 설명할 때 애용하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침묵만 있으면 진리를 체득할 수 있을까? 언어·문자로 진
리 그 자체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언어·문자가 없으면 진리를
가리키는 손가락조차 설명할 수 없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래서 소동파(1037-1101)가 「석각화유마송石恪畵維摩頌」(『소식문집蘇軾文集』 권
20)에서 이렇게 읊은 것이리라.
[5] “내가 보기에 32명의 보살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불이문[둘이 아
닌 진리에 들어가는 문]’에 대해 말했다. 유마힐이 침묵하고 말하지 않
자, 32보살이 말한 의미는 일시에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보
기에 32보살이 말한 의미는 떨어지지 않았다. 유마힐도 처음에는
(「입불이법문품」 앞부분에서) 불이문에 대해 말했다. 예를 들어 밀랍으
로 만든 초에 불을 붙이지 않으면 밝아지지 않는다. 홀연 침묵해 말
없는 그곳에 32보살의 설명은 모두 빛나는 불빛이다[我觀三十二菩薩, 各
以意談不二門. 而維摩詰黙無語, 三十二意一時墮. 我觀此意亦不墮, 維摩初不離是
說. 譬如油蠟作燈燭, 不以火點終不明. 忽見默然無語處, 三十二說皆光焰].”
8) “善哉! 善哉! 乃至無有文字語言, 是真入不二法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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