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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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내에서 약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동의 부
          담으로 그 약한 사람이 정상적으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내세의
          존재나 내세의 삶에 대해서는 헌법은 말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이 각자 알

          아서 판단할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현재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무가 아니며 유이
          고, 인간은 감성, 오성, 이성이 작용하는 생물학적 유기체이며, 유기체가 원
          하는 바는 다른 유기체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고 다른 존재의 행복을 침해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 이 지구상

          에 사는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자유로이 영위하면서 현세에서 행복하게 살
          다가 세포활동이 끝나면 자연의 법리에 따라 사라지게 된다. 이것을 실현하
          는 것에 힘써라.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지금까지 연구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

          을 궁구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60대 중반에서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하고 그 실현을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미
          답未踏의 참선參禪 수행으로 들어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여전히 자

          문해본다. 청하곡의 계곡 길을 한참 걸은 후에 들린 승방에서 스님이 내어

          주시는 차를 마셨다.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었다. 차만 편하게 마시고 승방
          을 나서는 길에 철산 화상은 빙그레 웃으시며 ‘언젠가는 선방에 한 번 들어
          가시면 좋은데….’라고 하시는 말씀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사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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