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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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결같이 현법열반을 강조했다. 두 가지 열반으로 구분한 것은 부파불교
시대에 상캬Sāṁkhya 철학의 영향을 받아 성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샹캬
송(Sāṁkhyakārikā, 數論頌)』 제67송과 제68송은 불교에서 말하는 유여열반
과 무여열반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샹캬송』 제67송에 의하면 신체를 지니고 살아가면서도 지혜의 증득에 의
해 열반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후대의 불교가 말하는 ‘생존의 근
원이 남아 있는 열반’, 즉 유여의열반에 해당된다. 나중에 불교도들은 붓다
의 죽음을 무여의열반이라고 이해하고, 그 이전의 붓다가 도달한 경지를 유
여의열반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구분은 해탈을 추구하는 일반 수행
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와 같이 『잡아함경』과 『숫따니빠따』에 나타난 열반의 개념이 『증일아함
경』과 『이띠붓따까』에서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중
에는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 sopadhiśeṣanirvāṇa)과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
nirupadhiśeṣanirvāṇa)이라는 술어로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본사경本事經』
에 “열반의 경지는 요약하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무엇이 둘인가? 하나는
유여의열반의 경지이고, 다른 하나는 무여의열반의 경지이다[T17, p.677b,
其涅槃界略二種. 云何爲二? 一者有餘依涅槃界, 二者無餘依涅槃界].” 현장玄奘은
이 『본사경』에서 두 가지 열반을 유여의열반과 무여의열반으로 번역했다.
필자는 한역의 ‘열반계涅槃界’와 빨리어 ‘닙바나다뚜nibbānadhātu’를 ‘열반
의 경지’로 번역했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열반의 세계’라고 번역하면, ‘열반
의 세계’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삼장법수』에서는 ‘이열반二涅槃’이라는 표제어로 두 가지가 언급되어 있
다. 하나는 『금광명경현의』에 근거한 두 가지 열반이고, 다른 하나는 『대지
도론』에 근거한 두 가지 열반이다. 『금광명경현의』에서는 성정열반性淨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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