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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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쳐 마음의 짐을 덜었다. 그는 자기의 목적에 도달하여 미혹한 생
의 속박을 끊고 올바른 완전지完全智로써 해탈을 얻고 있다. 그러
나 그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눈‧귀‧코‧혀‧몸)은 아직 계속 남아 있으
므로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 즐거움과 괴로움
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욕심을 멸하고 성냄도 멸하고 어리석음도
멸한 사람으로 이것이 바로 유여열반의 경지이다[Itiv.44].”
“비구들이여, 또한 무여열반의 경지란 어떤 것인가? 비구들이여,
현세에서 존경받는 비구는 마음의 더러움을 모두 없애고 이미 완
성되었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쳐 마음의 짐을 덜었다. 그는 자기
의 목적에 도달하여 미혹한 생의 속박을 끊고 올바른 완전지로써
해탈을 얻고 있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그는 자신의 생활에서 느
껴지는 모든 것에 대하여 기쁨이 없으며 냉전하고 침착해지는 것이
다. 이것이 무여열반이다. 이것이 두 가지 열반의 경지이다[Itiv.44].”
위에서 인용한 『증일아함경』에서는 ‘번뇌’의 유무에 따라 유여열반과 무여
열반으로 구분하고 있다. 반면 『이띠붓따까』에서는 ‘육체’의 유무에 따라 유
여열반과 무여열반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를테면 육체가 남아 있는 것을 유
여열반이라 하고, 육체마저 소멸해 버린 것을 무여열반이라 한다. 그러나 이
러한 해석은 부파불교 시대에 성립된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열반을 둘로 구분한 것은 붓다의 죽음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의 불교에는 무여열반이라는 관념이 없었다. 붓다의 제자들도
열반은 당연히 현세現世에서 증득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후에 열
반을 증득한다는 개념은 후대에 성립된 것이 분명하다. 붓다는 초기경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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