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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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학 우위” 주장
양계초는 칸트 학설이 불교에 가깝지만, 궁극적으로는 그에 못 미친다
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칸트의 논의는 정치하고 이치를 다했으며 거의 불
교와 가깝다. 한 단계 부족한 것은 불설에서는 이 진아가 실로 대아이고
일체의 중생이 모두 이 본체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고 분별상이 없다고 보
는 데 대해, 칸트는 아직 이 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칸트가 본
체를 모든 중생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음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불교에 비
해 부족한 점이라고 보았다. 칸트가 한 일은 물 자체와 현상을 나누고, 인
간의 인식은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데 그칠 뿐임을 분명히 한 점에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서양 전통에서는 큰 전환이지만, 유식학에
서는 상식에 가까운 당연한 말이다. 따라서 불교적 입장에서 볼 때 칸트가
물 자체와 현상, 본질적 자아와 현상적 자아로 구분한 것은 올바른 파악
이지만 이러한 물 자체나 본질적 자아가 다른 물 자체나 다른 본질적 자아
와 본래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하지 못한 것은 이론적 결함
이 될 수 있다. 세계 만유를 진여의 현현으로 보는 세계관을 칸트는 기본
적으로 공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심과 진아
양계초는 모든 철학의 핵심은 도덕이며, 이 도덕이 인간의 자유 위에 근
거한 것이라는 점을 칸트의 입을 빌려 설명한다. “칸트는 내 평생의 행위
는 모두 내 도덕상의 성질이 표현된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내 본성의 자
유 여부를 알려면 현상론에 의거해서는 안 되고, 본성의 도덕론에 의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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