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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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이 만든 지구     존재자와 시공간 사이의 관계는 지구 생명과
             지구 사이의 관계와 놀랄 만큼 그 구조가 유사하다. 현재의 지구 환경은
                                                        1)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됐을 당시와는 전혀 다르다.  원시지구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비슷한 대기 성분을 가졌을 것이다. 다른 행성에서는 이산화

             탄소가 대기의 주성분이고 산소는 거의 없다. 이와 달리, 지구에는 이산화
             탄소가 거의 없고 상당한 양의 산소가 존재한다. 지구 환경을 이처럼 여타
             행성과 다르게 변화시킨 것은 지구 생명이다.

               이산화탄소는 원시지구 대기의 주성분이었다. 5억 년 전에는 현재 농도

             의 20배로, 주라기에는 현재의 4-5배로 줄었으며, 오늘날에는 지구 대기
             의 0.04%의 부피만 차지할 뿐이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석회암으로 만드는
             작업이 오랜 시간 동안 전 지구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원시 산호와 원

             시 녹조류 등은 이산화탄소로 탄산칼슘을 만들어 그들의 단단한 골격을

             만들었다. 원시 바다에서 엄청난 군락을 이뤘던 이들은 지구 대기인 이산
             화탄소를 고체인 석회암으로 바꿔 바닷속에 저장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
             소로 인한 온실 효과가 줄면서 현재의 대기 온도에 이르렀다.

               원시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고, 이에 따라 대기권 상층부의 오존

             층도 없었다. 태양에서 오는 강력한 자외선이 오존층에서 걸러지지 않았으
             므로, 지상에선 생명체가 살 수 없었다. 그러나 원시 생명체가 광합성을 통
             해 산소를 방출하면서, 이런 지구 환경은 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생명

             체가 수십억 년 동안 산소를 만들어내면서, 대기 중의 산소가 풍부해지고

             대기권 상층부엔 오존층이 형성됐다. 이 오존층이 자외선 등 고에너지 태
             양광선을 흡수하면서 지표면을 생명의 공간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바다




             1) 이에 대해서는 『고경』 2020년 8월호에서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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