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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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하여 “10지 등각마저 넘어선 구경각이 깨달음이니 다시 배우고 닦을
일이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돈오’라는 용어는 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견성에 있어서도 ‘해오점수’에서 말하는 견성과 ‘증오돈수’에서 말하는
견성에는 차이가 있다. 해오의 견성은 10신초十信初이고 증오의 견성은 10지
를 넘어선 최후의 묘각을 일컫는다. 육조께서 증명한 선문의 견성이 증오의
견성임은 이미 누차에 거쳐 밝힌 바이다. 마명 보살은 불교의 총론이라 할
『기신론』에서 “10지 보살을 지나 등각의 금강유정에서 6추는 물론 3세의 미
세한 망념까지 완전히 끊어져야 그때서 견성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영
명 연수 선사도 용수 이후 최대의 역작이라 일컬어지는 『종경록』 첫머리 「표종
장」에서 “3세 6추의 모든 망념이 단박에 없어지고 변함없이 항상恒常한 진여
본성을 활연히 증득하니 이것이 망념을 없애 진여를 증득한 구경무심, 즉 견
성이다.”고 하였다. 종문의 말씀이 『기신론』의 말씀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선을 닦는다면서 해오 즉 10신초를 견성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허나 그
것은 교가의 주장이지 선문의 정통사상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보조
지눌 국사의 영향으로 해오를 돈오이며 견성이라 여기는 이들이 우리나라에
특히 많은데, 돈오점수설의 원조라 할 규봉 조차도 해오를 돈오라고는 했지
만 견성이라고까지는 칭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종문의 정종이 아닌 이런
주장들에 이끌려 선문의 정통을 흐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3-2】 ①돈오한 후에는 시초始初로 ✽ ①깨달은 뒤 비로소 처음으로
10신위十信位에 득입得入한다. ②처 10신의 경계에 들어간다. (『사자승습
음 돈오한 자는 설법을 못하며 타인 도』) ②처음 깨달은 자는 설법을 못
의 문난問難에 대답도 전연 못한다. 하며 다른 사람이 묻고 따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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