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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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이 깊으니 고기가 모입니다.”
              “만난 뒤에는 어땠는가?”
              “나무가 높으니 바람을 부릅니다.”

              “만나지 않았을 때와 만난 뒤에는 어떤가?”

              “다리를 뻗는 것은 다리를 오므리는 가운데 있습니다.”


           이렇게 숨이 막힐 지경인데도 막힘없이 척척 대답을 해내는 것이다. 이

         에 원오 스님이 크게 칭찬하였다고 한다. 그분이 바로 불등 수순佛燈守珣

         선사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나 죽는다고 허우적대며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
         이다. 그래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건 바른 대답이 나와야 바로 깨달은 것
         이다. 선문의 시험이란 이렇게 혹독한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시험에 임

         하지 않고는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어린아이 눈앞에 손가락을 들이대 보라. 눈만 껌뻑껌뻑하며 무슨 영문
         인지 전혀 모른다. 그런 어린아이 같은 소견을 견성이라 하고 깨달았다 한
         다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그래서 종문에서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 정

         말로 생사를 초월한 깨달음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도 그 지혜가 청천백일처럼 빛나고 그 마음이 자유자재해야 올바른 견성과
         깨달음으로 인정하고 인가했지, 그렇지 않으면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13-3】 ①이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의           ✽  ①이  돈오점수의  의미는  여러

          의意義는  일장대승一藏大乘에  구비             대승 경전에 갖춰져 있다. 『기신론』,
          하였는데 『기신론』, 『원각경』과 『화           『원각경』, 『화엄경』 등이 그 가르침
          엄경』이 그 종宗이다. ①此頓悟漸修             을 담고 있다. (『승습도』)

          之義는  備於一藏大乘而起信圓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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