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P. 12

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인가?>를 열린 성찰로 탐구하는 동시에, <기존 교학은 얼

          마나 타당하며 또 충분한가?>를 기존의 해석학적 권위에 구애받지 않고 탐구하
          며, 그리하여 <붓다의 법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궁극 관심사로 삼아 지

          속적으로 재응답해 보려는 성찰적 태도. - 이것이 ‘불학의 철학적 읽기’이다.



           불교의 모든 교학은 ‘붓다 법설에 대한 다양한 해석학들’이다. ‘다양하다’는 것
          은 ‘붓다 법설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고, ‘해석학’이라는 것은 ‘붓다

          법설에 대한 나름의 이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세간에서의 해석학은 철저히 ‘지

          적 이해의 개방적 선택’에 관한 문제이지만, 불교 전통에서의 해석학이 보여주는
          ‘이해의 개방적 선택’은 단지 ‘지적 범주의 성찰’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

          론이라는 특유의 조건이 가세한다. 불교적 관점으로 볼 때, ‘이해’를 발생시키는
          조건은 논리적‧이지적 성찰에 국한되지 않는다. 행위나 정서 및 마음 국면의 변

          화와 관련된 경험들도 이해를 변화시키거나 발생시키는 조건이 된다. 특히 정
          학定學으로 분류되는 선禪 수행은 ‘이해‧관점 발생의 중요한 조건’이다. 필자가

          <교학은 해석학이다>라고 말할 때의 ‘해석학’이라는 말은 이러한 불교적 고유성
          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붓다의 통찰과 성취가 지닌 문제해결력, 그 사용가치를 현재의
          관심에서 탐구한다. 교학은 기존에 진행한 그러한 탐구들의 궤적이다. 그런데 <교

          학은 해석학이며 다양하다>는 것은, 붓다의 법설을 해석해온 각 교학들의 타당

          성과 사용가치에 대한 평가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붓다 법
          설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서로 다르고, 그 다른 이해들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좋

          은 것인지를 항상 성찰해야 하는 것처럼, 과거의 서로 다른 교학들에 대해서도
          어느 것이 더 좋고 타당한 것인지 평가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런 평



          12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