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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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0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3 | 모처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입
소동파의 「정풍파定風波」
니다. 비가 쏟아져도 우리는 예정대
로 운문사 산행(사진 1·2)에 나섭니다.
법원 주차장에 스무 명 가까이 나
우중산행雨中山行 왔습니다. 모두 4대의 승용차에 나눠
타고 빗길을 달려 운문사 주차장으
로 갑니다. 운문사 주차장 앞에 있는
서종택 시인
식당에 차를 세우고 출발합니다.
여기서부터 사리암 주차장까지 쏟
아지는 비를 맞으며 걸어갑니다. 도
로 위에는 빗물이 고이다 못해 개울
처럼 흘러내립니다. 어쩌다 승용차가
지나가면 보트가 지나가듯 물이 좍
갈라집니다. 물안개 자욱한 운문사
솔숲 길을 질퍽거리며 걸어갑니다.
산길은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입니다.
솔바람길 옆으로는 불어난 운문천
이 폭포처럼 흘러갑니다. 걷는 내내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 소리가 들려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옵니다. 물소리는 우리로 하여금 하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나의 경계를 넘어서게 해줍니다.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물안개 자욱한 솔숲 풍경은 한 폭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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