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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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두려워하랴[誰怕]”, 두 글자에는 호방한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하단의 시는 하나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술이 깬 후, 조금은 싸늘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소동파는 고개를 돌려 비바람 쳤던 곳을 돌아봅니다. 소

          동파의 이 “돌아보다[回首]”는 어떤 예술적 경지를 만나게 합니다.

           소동파는 매우 평범한 동사 “돌아가리라[歸去]”를 사용하여 자신의 시 속
          에 예술적 경지를 들여놓았습니다. “비바람이 불든 맑게 개든 개의치 않”
          겠다는 구절은 사실적 묘사이면서도 시적 우언寓言이 담긴 서술입니다. 날

          씨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굴곡 많은 인생에 대한 은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를 듣고 나면 어떤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이 시를 불교 사상을 대표하는 가장 좋은 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
          는데 진실로 그러합니다. 비바람이 불든 맑게 개든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경지입니다. 그 경지야말로 마음의 고향이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돌아

          가리라”는 소동파의 말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모의 정이자, 본래
          성품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입니다.
           소동파의 「정풍파」는 실로 빗속으로 걷는 일에 천근의 무게를 더해줍니

          다. 이런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그 경계를 우리들 현재의 삶으로 가져올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우리는 그 시절보다 훨씬 더
          속되고 물질화된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요. 「정풍파」를 읊조릴 때마다 우리
          는 어느 정도는 소동파의 심정이 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이 시를 읽고 좋

          아한다면 그때마다 「정풍파」는 되살아납니다. 그렇게 해서 좋은 시는 불멸

          의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남들이 우리를 본다면 비에 흠뻑 젖은 꾀죄죄한 노인들로 보겠지만 우리
          가 마음속으로 소동파의 「정풍파」를 흥얼거린다면 날씨나 불운에 울지 않

          는 훌륭한 인생이 거기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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