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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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0호 | 『백일법문』 해설 100 | 어린 시절 친구들과 딱지치기 놀이
수번뇌심소 5
를 하고 놀 때 딱지는 내게 소중한 보
물과도 같았다. 밀가루 포대나 양초
갑처럼 빳빳한 종이를 찾아 정성껏
인색, 사람을 접고, 꼭꼭 밟아 다진 딱지는 내가
비루하게 소유한 최초의 자산이었는지도 모른
하는 번뇌 다. 딱지가 있어야 놀이에 낄 수 있
고, 탐나는 딱지를 갖고 있어야 친구
들에게 나의 존재감이 어필되었기 때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 연학실장
문이다. 더구나 땀을 뻘뻘 흘리며 팔
이 빠지게 내리쳐 딴 딱지는 그 무엇
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전리품이
었다.
아끼면 똥 된다
하루해가 뉘엿해질 무렵이면 놀이
는 끝나고, 누군가는 부자가 되고 누
군가는 빈손이 되었다. 딱지를 모두
잃은 친구는 몇 장만 달라고 애절한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
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선뜻 그걸 나
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
눠주지 못했다. 흙먼지와 손 떼 묻은
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
원,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딱지는 내가 가진 전부처럼 느껴졌기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나눠주는 대신 아무도 찾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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