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P. 59

철저히 무염식을 하듯 한번 안 한다 하면 안 하지요. 그러나 억지로 하려
             면 안됩니다. 자기가 좋아서 해야지요.”



             ✽ 그런 고된 수행을 통해서 얻은 소득이라면 무엇이 있는지요?

               “뭐, 소득? 어떤 소득이라면 알겠나? 봉사 보고 단청 보라는 이야기지.”
               (그 경지를 모르는 사람은 설명을 해줘도 모를 것이라는 뜻이다. 질문한 기자가 한 순

             간에 장님이 되어버린 격이니 좌중에 다시 한 번 폭소가 터졌다.)



             ✽ 깨달음의 경지는 어느 정도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큰스님을 포함해서 묻
             는다면 실례가 되겠습니다만.
               “온 천하가 피바다지.”




             ✽ 예? 모르겠는데요.
               “깨달은 것은 전부 ‘무無’입니다. ‘무’라고 가정을 하거든요. 그렇다면 온천
             하가 피바다가 되는 거지. 그래, 알겠소?”

               (“깨달음의 경지가 되면 온천하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게 답입니다.” 법

             정 스님이 설명했지만 쉽게 깨달을 수 없는 선답이었다.)


             ✽ 단청 말씀이 나왔으니까 말입니다만 백련암에는 단청이 전혀 안 되어 있던

             데요.

               “단청? 무엇하려고?”


             ✽ 불교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니겠습니까?

               “단청이라, 난 그거 반대해요. 신도들이 아무리 와서 단청하자고 해도 내



                                                                          57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