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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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 근본 입장입니다. 그러니 석가모니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해탈할 수 있습니다.”
✽ 요즘 우리나라 종교계 일각이 물량주의와 거대주의에 도취되어 있는 것 같
습니다. 아직도 많은 서민들의 생활 수준은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나라는 빚에 허덕이는 실정인데, 수십 억짜리 교회나 성당을 세우고 야단스런
법당을 짓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신적인 양식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이 종교입니다. 사람이란 물질에
탐착하면 양심이 흐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종교든지 물질보다 정신
을 높이 여깁니다. 부처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사스런 왕궁을 버리고 다
해진 옷에 맨발로 바리때 하나 들고 여기저기 빌어먹으면서 수도하고 교화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교화의 길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에서 때묻지 않은 정신이 살아난 것이며, 그 산 정신을 널리 전파한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이 마구간에서 태어난 그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진
정한 불교도 혹은 기독교도라면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생활태도 그대로 본
받아야 할 것입니다. 정신이 병든 것은 물질 때문입니다. 종교인이 청정하
고 올바른 생활을 하려면 최저의 생활로 자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유
있는 물질은 반드시 사회로 환원해야 죄를 덜 짓게 됩니다.”
✽ 산중에 있는 이름 있는 절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 개발의 시책으로 거의
공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교적 덜 오염된 송광사나 봉암사까지도 당국에서
는 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서두릅니다. 이에 대해서 불자들이 크게 분개, 그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스님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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