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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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안 듣지요. 어떤 스님은 단청을 하면 집의 수명이 배로 늘어난다고 그럽
          디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2백 년 갈 것이 4백 년 간다 이건데, 하지만 나
          는 싫습니다. 그래서 내가 죽으면 몰라도 살아 있을 때는 절대 안 된다고

          하지요.”



          ✽ 대부분의 법당에는 단청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건 부처님이 계신 곳이니까. 사람 사는 곳에 단청한다는 것은 사치라

          고 생각합니다. 나는 여자들이 화장하는 것도 이해 못하겠습디다. 속은 썩

          었는데 겉만 번지르르 하면 뭐하나. 본시 마음이 문제지, 겉에만 잔뜩 바
          른다고 그 마음이 바뀌어지나요.”



          ✽ 요즘 절에는 없는 것이 없더군요. 텔레비전, 냉장고, 가스레인지, 전화, 심

          지어 자가용까지도 있고.
           “승려는 최저 생활을 하며 남을 위해 기원하는 사람입니다. 출가한 남자
          를 ‘비구’라고 하지요. 그 비구라는 말이 걸인이라는 말입니다. 얻어먹는 사

          람이에요. 옷도 마음대로 입는 게 아닙니다. 버린 헝겊을 주워 깨끗이 해

          서 입는 거지요. 그것도 두 벌 이상 가지면 안돼요. 옷은 헌 것을 입고 밥
          은 얻어 먹고, 이게 부처님이 가르친 철칙이지요. 부처님의 법을 지켜야 하
          는 승려들이니,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검소하게 살아야지요. 내가

          오늘 조선일보에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법정 스님이 말을 받아 “종정 스님 오늘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지요.” 하고 말했다. 좌
          중은 다시 한 번 웃었다.)



          ✽ 신문은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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