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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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께서 젊었을 때 읽고 감명이 깊었거나 영향을 받은 서적이 있으면 말
          씀해 주시겠습니까?
           “젊어서는 다독주의였어요. 처음 볼 때는 뭔가 있나 하다가 곧 싫증을

          내곤 했지. 그래서 지적으로 방황도 했어요. 그러다가 불교의 『신심명』과

          『증도가』를 얻어 보고 캄캄한 밤중에 횃불을 만난 것 같고 밤중에 해가
          뜨는 것 같았지요. 내 갈 길이 환히 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출가하
          기 전에도 감명 깊게 많이 외웠습니다. 지금도 『신심명』과 『증도가』로 생활

          해 가고 있는 셈입니다.”



          ✽ 가장 좋아하는 선사禪師를 한 분 들라면 누구를 드시겠습니까?
           “나는 조주趙州 스님을 좋아합니다. 조주 스님 법문은 아주 평범하면서

          도 뜻이 깊고 높아요. 그 생활이 참으로 도인의 생활입니다. 철저한 무소

          유의 수도인이었지요. 신도들 신세 안 지고 자작자업으로 살아갔습니다.
          나중에 세상에 덕망이 알려지자 왕이 큰절을 지어 주려고 했는데, 펄쩍 뛰
          면서 ‘나를 위해 돌 한 덩이 풀 한 포기 건드리면 여기 살지 않고 떠나겠다.’

          고 할 정도로 결백했어요.”



          ✽ 스님은 선禪과 교敎에 당대 제일이 아니십니까?
           “모르는 소리예요. 모르는 사람들은 천자문 하나만 외어도 문장같이 보

          거든. 알고 보면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 스님께서는 장좌불와長坐不臥 8년을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도 눕지 않
          고 8년을 지나신 것이 아닙니까?

           “8년 동안 기대지도 않았지. 나는 성질이 고약해서 염분을 안 먹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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