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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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의 생각을 내려놓고 잠시 동안 ‘확연무성’의 순수의식의 상태가 되어보았
으니 이 짧은 한 순간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행복하다 하겠습니다.
책바위에서 바라보면 바로 건너편에 인봉이 보입니다. 인봉 아래 5부 능
선쯤에 천년 고찰 북지장사가 보입니다. 우리는 책바위 화강암 테라스에
앉아 오랫동안 쉬었습니다. 경사 급한 길을 올라오느라 팽팽해진 근육과
신경이 풀어질 때까지 편하게 쉬었습니다. 등산의 즐거움은 산에 오르는
것 못지않게 쉬면서 산을 구경하는 데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라 비교적 수월합니다. 등산로
에는 나무뿌리가 마치 계단처럼 받침목 역할을 해줍니다. 나무뿌리가 등
산화에 닿는 감각은 정신적인 자극과 신체적인 밸런스를 가져다줍니다. 이
승의 내리막길에서 어딘지 쓸쓸하면서도 단단한 나무뿌리를 밟고 또 밟았
습니다.
이경미 작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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