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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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면 자연히 제 멋대로 행동하게 되고, 결과적으
로 무도한 사람이 되고 만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처음에는 자유로 느
껴지겠지만 자신을 둘러싼 타인의 불편한 시선들이 쌓여 가면 오히려 마음
의 굴레가 되는 법이다. 이처럼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은 사람됨의 중요한
요소이므로 맹자도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
끄럽지 않은 것[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을 군자삼락 중의 하나로 꼽았다.
맹자는 부끄러워해야할 대상에 대해 하늘과 사람이라는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늘에 부끄럽지 않음이란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는 양심의 문제로 볼 수 있음으로 결국 자기 자신에게 부
끄럽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음이란 사람들 눈
에 어긋남 없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인륜과 도덕에 위배되지 않는 것
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열반경』에서도 맹자와 같이 두 가지
부끄러움에 대해 설하고 있다. 즉 하늘을 향해 부끄러움을 아는 ‘괴愧’와 사
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아는 ‘참慙’이 그것이다. 『열반경』에 따르면 “참이란
안으로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이고[慙者內自羞恥], 괴란 사람들에게 부끄
러운 일을 드러내는 것이다[愧者發露向人]. 참은 사람에게 부끄러워하는 것
이고[慙者羞人], 괴는 하늘에 부끄러워하는 것이다[愧者羞天].”고 했다.
맹자의 말씀처럼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불교에서는 ‘참괴심慙愧心’
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참慚과 괴愧를 한데 묶어 ‘부끄러워함’이라는 뜻
에서 ‘참괴慚愧’라고 한다. 경론에서도 무참無慚과 무괴無愧에 대해 자신이
범한 잘못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지 않음[不恥]’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
에 참괴를 부끄러워함으로 해석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을 알고, 사람들 앞에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같지만 『열반경』에서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드러냄’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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