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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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古雲門第一奇  오랜 세월 봉정사에 최고로 빼어나니
              飛泉嗚咽似含悲  떨어지는 물소리는 오열하며 슬픔 안은 듯
              退翁去後空鳴玉  퇴계가 떠난 뒤엔 명옥대만 남았으니

              再遇知音問幾時  어느 때에 지음을 다시 만날 수 있나



           문집이나 각종 문헌에 남아 있는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 유생들이 절에
          와서 묵으며 독서하고 공부한 경우도 많았고 시를 지은 적도 있었지만, 유

          가의 사람들이 때로는 절에서 문중 모임도 하고 술도 마시며 즐긴 일도 적

          지 않았던 것 같다. 안동김씨 세도정치가 절정을 구가하던 시절 김문의 대
          표 주자인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1651-1708)선생의 문집 「농암집農巖集」의
          중간본을 간행한 목판을 봉정사에 보관케 했고, 사도세자의 스승이자 남

          인의 영수였던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1720-1799)의 문집을 찍은 책판도 여

          기에 보관케 하였다.
           봉정사가 있는 방향으로 들어가면 2018년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정
          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절로 들어가는 길 주변에는 멋

          있는 갤러리, 레스토랑, 커피숍들이 있고, 넓은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내

          려 절 입구에 들어서면 숲속으로 오르막길이 나 있다. 소나무들이 뿜
          어내는 향을 즐기며 상쾌한 길을 오르다 보면 다소 평평한 곳에 이르
          러 일주문一柱門을 만난다(사진 2). 양쪽으로 기둥이 하나씩 받치고 있

          는 문에는 ‘천등산봉정사天燈山鳳停寺’라고 쓴 현액이 걸려 있다. 현액은 은

          초隱樵 정명수鄭命壽(1909-2001) 선생이 썼다. 은초 선생은 추사체를 구사
          한 성파星坡 하동주河東洲(1869-1943) 선생의 문하에서 청남菁南 오제봉吳濟
          峰(1908-1991) 선생과 같이 서예를 배워 경남지역에서 서예가로 활동하였

          다. 여기서 다시 수목이 우거진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면, 오른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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