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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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데 오야의 원래 전공은 일본불교사 및 불교문헌학이었고 특히 일본 고
대불교의 체계가 잡히던 나라시대 불교에 대한 성과를 많이 냈다. 주요 저
서로는 『일본불교사 연구』 3권, 『불교사의 제문제』, 『불교 고판경의 연구』 등
이 있다. 1908년 이후 15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고 저서도 34종이나 되
는데 『저작선집』 10권으로 묶였다.
오야는 1922년 3월 19일부터 5월 13일까지 조선에 와서 문헌 조사와 유
적 답사를 수행했다. 그의 체류 목적은 일본 나라조의 근원을 찾기 위해 한
반도 고대 왕조의 수도를 둘러보고, 교장 연구를 위해 의천 관련 사료를 수
집하는 한편 해인사 경판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부여, 평양, 경주,
개성 등 삼국과 고려의 고도를 탐방했고, 각종 자료를 수소문하고 학자들
의 자문을 얻었으며 고려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에 가서 주요 경판을 종이에
찍기도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전 원종 종무원장이었던 해인사 주지 이회광
을 만나 허락을 얻고 총독부에 해인사장판 인출 허가를 신청했다. 『조선해
인사경판고』(1930)에 의하면 당시 오야는 4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장경
보유판과 사간판으로 전해져 온 『구사론송소초』, 『사분률상집기』, 『대각국
사문집』 등 쉽게 구하기 어려운 중요 문헌을 구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여러 곳을 다니고 또 많은 자료를 찾아볼 수 있었
던 것은 총독부 당국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무국 고적과장이
자 뒤에 경성제대 교수가 된 조선사 연구자 오다 쇼고(小田省吾)의 주선으로
총독부 박물관의 실무 협력을 얻어서 대각국사 묘지명을 탁본했고, 총독
부 참사관 분실에서 규장각 장서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여기서 1915년 데
라우치 총독이 다이쇼 천황에게 진상하기 위해 3부를 찍은 고려대장경 인
출본, 해인사 사간판본을 열람하고 기초 조사를 한 후 해인사에 가서 주
요 경론을 인출한 것이다. 그는 이 밖에도 이왕가박물관을 비롯해 각종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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