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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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을 이루는 오온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붓다의 윤회론이
간직한 진의眞意는 실로 여기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육도도 삼계와 마찬가지로 ‘번뇌 때문에 괴로운 생
존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한 생애 동안에도 수없
이 육도를 드나들고 있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하루 낮 하루 밤 사이에도
수만 번 죽었다 태어난다[一日一夜 萬死萬生].”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태
를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사윤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경전에서는 지
옥·축생·아귀·인간·천상으로 윤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기경전에서
는 윤회한다는 사실보다는 어떻게 하면 윤회에서 벗어난 경지, 또는 윤회
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로히땃사-숫따Rohitassa-sutta」
(SN2:26)에서 붓다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바라지 않는다.”(SN.Ⅰ.63)라고 했
다. 이 대목은 윤회에 대한 붓다의 본회本懷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왜냐
하면 윤회의 종식이 불교의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에서
윤회를 강조하는 것은 금생에서 윤회를 종식시키기 위함이다.
이경미 작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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