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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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 살고 있는 세계라고 인식했다. 그러나 삼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실
             존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그 수행의 정도에 따라 스물여덟
             단계로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붓다는 삼계를 실존의 세계라는 의미로 사

             용하지 않았다.

               불교의 삼계설은 불교 성립 이전부터 있었던 베다 시대의 천天·공空·
             지地라는 삼계의 개념을 채용하여 업보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필
             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붓다시대에도 삼계를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

             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세계로서 이야기한 것이었다기보다 오히려 정신적

             인 세계를 의미한 것이었다. 즉 인간의 정신 상태 중에서, 감관의 욕구가
             많은 경우를 욕계라고 하고, 초선初禪에서 제4선까지의 선정의 상태를 색
             계라고 하고, 더욱 정적한 정신 통일의 상태를 무색계라고 말한 것이다.

               또한 출세간이라고 하는 성자의 세계가 삼계 밖에 있다고 하는 것도 성

             자의 정신 상태로서의 깨달음의 세계를 지칭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부
             파불교에 이르러 삼계를 생물이 존재하는 구체적인 세계라고 인식하게 되
             었던 것이다.




                  “만일 삼계를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로 보면, 무색계는 물질이 없
                  는 세계라는 뜻인데, 물질이 없는 정신만의 세계라든가 정신만을
                  가진 생물이라든가 하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존재 현상은 반드시 시간과 공간 가운데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물

                  질이 없는 세계는 공간적 연장선을 갖지 않는 세계인데, 공간성을
                  갖지 않는 존재가 있다고는 생각될 수 없다. 따라서 무색계천과 같

                  은 세계나 생물은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水野弘元, 『原始佛敎』,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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