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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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이 죽으면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 가운데 어느
          하나의 세계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을 ‘육도윤회六道輪廻’라고
          한다. 초기경전에서는 대부분 아수라阿修羅(asura)가 빠진 ‘다섯 가지 태어

          날 곳’, 즉 오취五趣(pañcagati)로 나타난다. 부파불교에서는 육도를 삼계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세계라고 믿었다. 그러나 육도는 삼계와
          마찬가지로 실존하는 세계가 아니다. 육도 중에서 인간과 축생을 제외하
          고 모두 신화적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붓다는 당시의 관습에 따라 윤회

          계의 한 현상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즉 “변화가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계속

          되는 것이 바로 무한의 윤회이고, 더욱이 그 변화를 규정해 나가는 경과가
          바로 인과라고 말하는 것인 바, 이것이 곧 불교의 진제적眞諦的 견지라는 것

          이다.”(木村泰賢, 『原始佛敎思想論』, p.164)
           기무라 다이켄木村泰賢에 의하면, 불교의 윤회론은 문자 그대로의 윤회설

          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의 윤회설이란 영혼이 공간을 떠돌다가
          다양한 신분을 취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붓다에 의하면 변화의 당
          체가 곧 윤회이고 공간을 떠도는 영혼과 같은 것이 없다. 마치 유충이 변

          하여 번데기와 나방이 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생명도 그 당체를 변화한 것

          이 바로 말[馬]이거나 소[牛]이고 지옥이거나 천당이라는 것이다. 즉 업業 자
          신이 스스로 이것을 변화시켜 지어내는 것을 이름하여 윤회라고 하는 것

          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木村泰賢, 위의 책, pp.164-165)
           『증일아함경』 제43권 제2경에서 “잘못된 견해의 과보 때문에, 자연히 팔

          대지옥八大地獄이 생긴다.”(T2, 781a)라고 했다. 즉 주어진 것으로서 지옥이
          나 천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의 업業이 자기의 경계로서 이것
          을 창조한 것이다. 우리의 영혼이 나가서 말[馬]의 태胎에 의탁하는 것이 아

          니라, 우리의 업이 그 변화의 경과에 있어서 인간을 이루는 오온五蘊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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