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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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한 말이다. 봉건시대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던 유
학의 성격과 봉건적 차등에 비판적이고 근대의 민권 중심적 사고에 더 적
합한 불교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순은 자신
의 말대로 불교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간의 학문을 출세법만큼 중시
하는 인순의 입장에서는 유학과 불교의 분별은 의미가 없다. 더욱이 유학
과 불교, 모두 수신을 근본으로 하고 인류의 화락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는 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것이 인순이 ‘인간 불교’를 표방하는 이유이
기도 할 것이다.
세속적, 현실 개혁적, 참여불교로서의 인간 불교
중국 근대시기 태허가 제창하고 인순이 발전시킨 이 ‘인간 불교’ 개념은
동아시아 근현대 불교를 대표할 만한 개념으로서, 대만뿐 아니라 한국·
중국·일본을 아우르는 전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아시아 근현대 불교의 역할은 산중 불교가 아닌 인간 중심의 현실 참여 불
교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 불교가 ‘산중 불교’ 성격을 띤 데 반하여, ‘인간 불교’는 세속의 현실
참여, 현실 개혁의 성격을 띠고 인간 사회와 문화에 관여하는 참여 불교이
다. ‘인간’을 의지하고 ‘인간’에서 출발하는 것이 불성을 완성할 수 있는 길
이라는 것이 인간 불교의 기본 구도이다. 그는 인간 불교가 세속적이며 현
실적이고 인생 중심이므로 일반적인 도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더 깊은 차원의 '무아'의 지혜를 언급함으로써 인간 불교
가 단순히 세속의 도덕으로 추락하는 것에는 반대하였다. 또한 그는 종교
의 역할을 자기 강화와 자기 정화, 두 측면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그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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