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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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불자의 도리이고, 복덕을 쌓는 것이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굳
             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이와 같은 어려운 일을 감당해 낸다.
               『화엄경』에서는 “믿음은 도의 으뜸이고 공덕의 어머니[信爲道元功德母]”라

             고 했다.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 도행을 실천할 수 있으므로 믿음은 도의

             으뜸이며, 믿음에 기초한 실천으로부터 온갖 공덕이 자라나므로 믿음은
             모든 공덕을 낳는 어머니가 된다. 확고한 믿음은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온
             갖 의혹과 주저함을 떨치고 결단을 내리게 하고, 마침내 온갖 선행을 실천

             하여 공덕을 성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믿음의 역할이 이렇게 크다면 믿음이 없다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유식에서는 확고한 믿음의 부재로 흔들리는 마음 작용을 ‘불신不信(aśraddhā)’이
             라고 하는데, 『성유식론』에서는 불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참다운 존재[實]·덕[德]·권능[能]에 대해 인정하거나 즐거워하거나
                   추구하지 않고[實德能不忍樂欲], 마음[심왕]을 더럽히는 것이 본성이
                   다[心穢為性]. 청정한 믿음을 가로막아[能障淨信] 게으름의 의지처가

                   되는 것이 작용이다[惰依為業]. 믿지 않는 사람은 게으름이 많기 때

                   문이다[不信者多懈怠].”


               첫째, 믿음이 없으면 ‘참다운 존재[實]’, ‘덕[德]’, ‘권능[能]’을 인정하거나 그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깨달음이나 추구해야 할 바른 덕, 그리고 종

             교적 권능은 모두 믿음을 통해 확립되는 내면의 영역이다. 믿음이 결핍되
             면 기도에 가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선행을 하면 좋은 과보가
             뒤따를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그렇게 되면 신앙심이 있을 수 없고 자연히

             보살행과 같은 실천도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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