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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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개가 물었다. “무정설법은 출처가 어디입니까?”
              운암이 답했다. “ 아미타경』에 이르기를 ‘물, 새, 나무, 숲이 모두 다
                            『
                            법문을 한다’고 적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3)




           양개는  이  가르침에서  무정설법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수조수림水鳥樹
          林이 모두 다 법문을 한다는 운암선사의 말씀은 하나의 경지를 말합니다. 수
          조수림의 설법을 듣기 위해서는 그 순간 마음이 정지해야 하고,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아미타경』 원문에는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 모든 새들은 모두 아미타 부처님께서 법문을 하시고자 변화하여
               나타낸 것이다.”   4)




           바로 이 구절에서 출발하여 무정설법이 탄생한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
          론하고 새소리를 듣는 것은 청정함을 가져다 줍니다. 새소리를 듣는 그 순
          간에 돈오頓悟하여 깨달음을 얻은 스님도 적지 않습니다.

           『벽암록』을 쓴 원오圜悟(1063-1135) 선사는 닭이 날개 치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일본의 잇큐(一休, 1394-1481) 선사는 비와호에서 배를 타고
                     5)
                                              6)
          가다가 까마귀 소리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조선 중기의 서산대사(1520-






          3)  『오등회원五燈會元』, 권제13, “師曰.無情說法.該何典敎.巖曰.豈不見彌陀經云.水鳥樹林.悉皆念佛念法.”
          4)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구마라집 역鳩摩羅什譯, “復次舍利佛.彼國.常有種種奇妙雜色之鳥.白鶴 孔雀
           鸚鷡  舍利  迦陵頻伽.共命之鳥.是諸衆鳥.晝夜六時.出和雅音.…  是諸衆鳥.皆是阿彌陁佛.欲令法音宣
           流.變化所作.”
          5) 『종문무고宗門武庫』, 선림고경총서 25(장경각, p. 46).
          6) 오쇼, 『법의 연꽃 : 이뀨 一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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