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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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그는 막힌 것[‘塞=不仁’]에서 통하는 것[‘通=仁’]으로 전환시켜 일반화
하였고, 그 내용을 개개인의 심리적인 의지 소통에서 국가간의 외교 소통,
더욱이 자연계의 전기와 빛의 통과 현상, 우주 인력의 상호 작용까지 확대
하여 인仁은 통작용으로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천지만물에까지 일관되
고 있다. 그리고 “통通의 형상은 평등하다.”라고 하여 보편적인 평등을 실
현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이것은 송대 유학의 대표적 경전인 『이정유
서二程遺書』에서 “의학서에서는 수족이 마비된 것을 불인不仁이라고 한다.
이것은 모습을 잘 표현한 것으로, 인은 천지만물을 일체로 여긴 것이므로
자기가 아닌 것이 없다. 자기라고 인정하면, 어디든 이르지 못하겠는가?”
라고 하거나, 왕양명 『전습록』에도 “인은 천지만물을 일체로 여긴다.”라고
한 것을 계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담사동은 명말 청초 왕선산王
船山의 학설도 인용하여 보강하였고, 청대 고증학의 성과를 계승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4가지 ‘통通’ 가운데 ‘다른 사람과 내가 통하는 것[人我通]’이 가장
주요하듯, 담사동 철학사상의 기초는 불교이다. 불교는 ‘다른 사람[人]’과 ‘나
[我]’의 구별을 없앨 것을 제창하였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의 차별을
반대하여 계급제도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담사동은 “인의 근원
이 될 수 있고 무無의 신비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부처, 공자, 예수 세
사람이 있다.”라는 삼교일치적 언급을 하면서도, “부처는 공자와 예수를 제
어할 수 있고, 공자와 예수는 인한 점에서는 같지만 인을 행하는 방법이
다르다.”라고 하여 불교의 위치를 유학과 기독교보다 확실히 위에 두었다.
또한 그는 “인仁은 천지만물의 근원이므로, 유심唯心이라고 하고 유식唯
識이라고도 한다.”라고 하여 인 개념의 불교적 해석을 시도하였다.
담사동의 이러한 인 개념은 유학뿐 아니라 불교의 ‘불佛’ 개념에서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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