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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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그렇다면 언어와 문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마디 할까 합니다.


                언어 문자에 대한 비판




               어떤 사람이 왕궁에서 일을 하는데, 임금이 늘 책을 보고 있어서 그 사
             람이 물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무엇을 보십니까?”

                  “ 이전의 현인들과 달사達士와 철인哲人들이 저술해 놓은 좋은 책
                   이다.”
                  “그 현인과 철인들이 지금 살아 있습니까?”

                  “아니다. 다 돌아가셨다.”

                  “죽고 없으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들의 말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 대왕이시여! 술을 마시려면 술을 먹어야지 술찌꺼기는 소용없습

                   니다.” 5)



               언어와 문자는 옛사람[古人]의 술찌꺼기와 마찬가지입니다. 술은 벌써 다
             걸러 마셨는데 술찌꺼기는 뭐 하러 씹고 있습니까. 그래서 그 임금은 이 말

             에 자기의 마음을 돌려서 문자란 것이 실제로 고인의 술찌꺼기이지 그 현

             묘玄妙함을 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언변이 좋고 문장이 좋아도 근본 기술은 절대 전하지 못한다는




             5) 이 대화는 『장자莊子』 외편外篇 13, ‘천도天道’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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