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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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입니다. 제 자식에게도 못 전합니다. 오직 심득心得, 즉 마음으로 얻어야
          합니다. 자기가 깨우쳐서 마음으로 얻어야지 언변으로도 전하지 못하고 문
                                       6)
          자로도 전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불교에서만 언어와 문자를 비
          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외교外敎에서도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대개 언

          어와 문자의 폐단을 지적해서 배격합니다.


              널리 배우고 지혜가 많으면 자성이 도리어 어두워진다.

              廣學多智하면 神識이 轉暗이라.        7)



           이것은 달마스님 말씀으로 전해 오는 『혈맥론血脈論』에 있는 내용입니다.
           망상을 더는 것에 대해서 흔히 비유로 드는 명경明鏡을 가지고 말해 보

          겠습니다. 명경은 늘 밝은데, 그 위에 먼지가 자욱하게 앉아 있습니다. 먼

          지를 계속 문질러 닦는 것은 도를 닦고 선을 닦는 것이지만, 먼지를 하나
          라도 더하는 것은 망상을 더하는 것입니다. 망상을 더하는 것을 교학에 비
          유합니다. 본래는 망상을 더는 선을 해야 되는데, 글자 한 자 더 배우면 한

          글자만큼의 망상을 더하고, 두 자 더 배우면 두 글자만큼의 망상을 더하게

          됩니다. 자꾸 배워서 더하게 되면 먼지가 더해져서 명경은 더 어두워집니
          다. 이는 달마스님께서 말씀하신 “널리 배우고 지혜가 많으면 자성이 도리




          6)  『장자』 외편外篇 13, ‘천도天道’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엉성히 깎으면 헐렁해져 견
           고하게 되지 않고, 꼭 끼게 깎으면 빠듯해서 서로 들어맞지 않습니다. 엉성하지도 않고 꼭 끼지도 않
           게 하는 것은, 손의 감각이 마음에 호응하여 이루어지는 것이지 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거
           기에는 법도가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저는 그것을 저의 아들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고, 저의 아들도 그
           것을 저에게서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이 칠십 노인이 되도록 수레바퀴를 깎게 된 것입니다. 옛
           날 사람과 그의 전할 수 없는 정신은 함께 죽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
           사람들의 찌꺼기일 것입니다.”
          7)  『소실육문小室六門』(T48, 375a)에 수록된 『혈맥론血脈論』에는 “廣學多知無益 神識轉昏.”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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