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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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3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6 | 나이가 든 다음에 여행하는 즐거
고운사孤雲寺 연수전延壽殿
움 가운데 일찍이 여행한 곳을 다시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10년,
20년 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가보면 세
무심無心의 묘경妙境 월의 무상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옛 선사들을 만나다 산사를 찾아가는 발걸음은 예전보
다 훨씬 편해졌습니다. 별로 걷지도
않고 산사에 도착하면 옛날 같은 감
서종택 시인
격은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고
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에 있는 고
운사孤雲寺도 그런 곳입니다. 갈림길
에서 산길로 20리를 더 들어가야 첩
첩산중에 고운사가 나타납니다. 옛
날에는 이 길을 걸어서 올라갔기 때
문에 그 시절 고운사는 지금보다 훨
씬 더 감동적인 사찰이었습니다. 사
찰은 우리들이 참배하러 갔을 때 마
음을 씻어주는 듯한 기분이 있어야
합니다. 고운사가 사람을 끌어들이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는 것은 깊디깊은 산속에 있기 때문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입니다.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고운사가 얼마나 깊은 골짜기에 있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는지 사진 두 장(사진1, 2)을 한번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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