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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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에 어첩을 내리고 새
로 지었습니다. 왕실의
족보를 기록한 어첩이
있었기에 고운사는 박
해를 피해 번창할 수
있었습니다.
만세문으로 들어가
면 좁은 마당이 있고
사진 5. 고운사 단풍.
사방을 에워싸는 토석
담을 쌓았습니다. 작지만 단단하고 위엄이 돋보이는 건물입니다. 우리는 가
끔 사찰에서 왕실 관련 건물을 만날 때마다 그 격조와 절제미에 감탄하곤
합니다. 만세문萬歲門은 판장문으로 되어 있고 위에 홍살과 화반을 설치하
였습니다. 홑처마 맞배지붕이 단정하면서도 위엄이 서려 있습니다. 이 문
앞에 서면 누구도 함부로 까불지 못할 것 같지 않습니까?
연수전은 돌로 쌓은 기단 위에 건물을 짓고 판벽과 사분합문을 두어 방
을 만들었습니다(사진7). 돌로 쌓은 기단은 18세기 중반의 모습 그대로입니
다. 마루는 우물마루에 쪽마루를 붙였는데 계자난간을 설치하여 운치를 더
했습니다. 난간에 기대서면 시야가 확 트여 개방감과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점점 높아지는 뒷산의 경사를 살리면서 층차를 두고 쌓은 담장은 또 얼
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깊은 산속에 건물을 지으면서 개발의 흔
적을 남겨놓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건물을 가리켜 멋있고,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고 생각합니다. 담장 위로 단청과 어우러진 파스텔톤의 단풍이 그
림처럼 아름답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오랫동안 바라보았습
니다. 살짝 휜 처마, 단청, 단풍, 토석담의 아름다움이 감동을 너머 도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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