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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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연수전 처마.


                                      3)
          절에도 이미 유명했던 구절입니다.  무더위 때문에 다들 싫어하는 여름을
          황제가 굳이 낮이 길어서 좋다고 하자, 유공권이 더운 바람이 남쪽에서 불

          어와도 궁궐에는 청량한 기운이 일어난다고 맞장구를 치는 시였습니다. 원
          오극근의 위대함은 300년 전의 시를 읽는 방식의 깊이에 있습니다. 거기에
          서 가르침의 권위가 나옵니다. 이 구절은 원오극근으로 말미암아 오랫동

          안 사람들의 가슴에 메아리치는 화두가 되었습니다.

           300년 전의 시에서 무심無心의 경지를 처음으로 읽어낸 원오극근이나
          그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대혜종고의 경지는 자아에서 벗어나 순수한
          인식 상태에서 청량한 바람과 하나가 된 경지입니다. 객관만 남고 주관은

          사라진 경계입니다. 고뇌와 고통이 다 사라진 경계입니다. 이런 경지는 무

          심의 묘경妙境입니다. 이는 돈오頓悟에 속하는 것으로서, 참으로 위대하고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전당시全唐詩』 권4, 文宗皇帝, <夏日聯句>, “人皆苦炎熱, 我愛夏日長, 薫風自南來, 殿閣生微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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