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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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찾아내고 거의 모아서 이를 베끼고, 손
                  칼과 풀을 가지고 자료를 떼어서 합치고, 합치고 떼는 일에 몰두하
                  여 풀어헤친 머리에 땀이 흐르고 거의 침식을 잊고 6년 동안 힘을

                  기울여 비로소 분류하고 조목條目을 세워 하나의 책을 이룩하였

                  다.(『해동역사』 서문)


               위 인용문에서 한치윤이 540여 종의 중국과 일본의 총서와 패사稗史 등

             에 수록되어 있는 조선 관계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6년 동안의 노고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 수집과 분류, 자료에 대한 비판적 해석과 같은
             편찬 태도는 당시 사서 편찬의 일반적 경향이기도 했다. 『해동역사』의 서문
             을 썼던 유득공도 동일한 방법을 구사하고자 했던 모양이다.




                  내가 일찍이 21사二十一史의 동국전東國傳을 가져다가 그 중복된 것
                  을 깎아버리고 주註를 내어 변론하여 『삼국사기』·『고려사』 등 두 사
                  서와 함께 서로 연관시켜 보도록 하면 혹 증거가 되고 믿을 수 있

                  을까 생각했지만, 끝내 이를 이루지 못하고 또한 일찍이 마음으로

                  부터 엄두를 내지 못했다.(『해동역사』 서문)


               편찬의 형태는 중국의 정사 기록 가운데 동국에 관한 기사를 수집하고

             편집하여 『삼국사기』나 『고려사』와 같은 동국의 역사서와 대조하여 주註를

             달아 기록에 대한 진위眞僞와 보충 설명을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표2> 「석지」에 인용된 조선의 문적文籍
                     釋  敎                   寺  刹                 名  僧
               智證大師碑·三國史記          高麗史·東國與地勝覽·破閑集           三國史記·高麗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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