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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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 행사行捨와 지止(samatha)를 장애하는 것이 작용이다[能障行捨 奢摩他為
          業].”라고 정의하고 있다.
           도거란 마음이 대상에 현혹되어 고요하게 머물지 못하고 들떠 있는 상

          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도거에 빠지면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는 수식관을

          할 때는 숫자를 놓치고, 화두를 들고 수행할 때는 화두에 집중하지 못하
          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빠져 마음이 허공을 떠돌게 된다. 따라서 도거
          는 평정심을 의미하는 행사行捨를 방해하여 평정심을 잃고, 마음을 한 곳

          에 몰입하는 지止를 방해하여 마음이 여기저기 떠돌게 된다.

           『성유식론』에서는 도거에 대해 “탐심소의 한 부분으로 포함된다.”라고 했
          다. 도거에서 탐함의 대상은 과거 자신이 경험한 기억에 대한 것들이다. 즉
          도거란 “과거 즐거웠던 일을 생각함에 의해 생겨난다[憶昔樂事生].”는 것이

          다. 비록 몸은 선방에 앉아 있더라도 마음은 과거사의 회상에 젖어 지나간

          일을 추억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등으로 인해 마음이 이리저리 떠다니
          는 상태를 말한다.
           이상 세 가지 번뇌심소는 모두 수행을 방해하는 것들이다. 방일이란 마

          음을 잘 챙기지 못해서 선을 실천하고 악행을 막지 못하는 것이며, 혼침은

          마음이 무겁게 쳐지거나 가라앉아 명료한 인식이 없는 것이며, 도거는 이
          런저런 기억에 사로잡혀 마음이 들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
          일하지 않는 것은 의지가 굳건하여 계행을 잘 지키는 것이고, 혼침에 빠지

          지 않는 것은 언제나 마음이 맑게 깨어 있는 것이고, 도거에 빠지지 않는

          것은 마음이 고요히 안주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비단 수행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도 이와 같이 마음을 잘 통제하고, 마음이
          명료하게 깨어 있고, 고요히 머물러야 삶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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