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P. 95
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혼침이 초래하는 장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몸과 마음이 가볍고 안정된 경안을 방해하
는 것이고, 둘째는 인식이 명료하게 깨어 사물을 바르게 통찰하는 관觀
(Vipaśyanā)을 방해하는 것이다.
좌선 등의 수행을 할 때 혼침에 빠지면 침을 흘리며 졸거나, 마음이 침울
해져 답답한 상태가 된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혼침심소가 별도의 체성이
있는지 아니면 치癡심소의 일부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소개되고
있다. 첫째, 마음이 혼미하고 무겁게 가라앉는 것[惛昧沈重]은 대상을 명료히
인식하지 못하는 치癡에 해당하므로 혼침도 치의 일부라는 설이다. 반면 혼
침의 특징은 졸음[睡眠]과 같은 것인데, 이렇게 마음이 ‘어둡고 무거운 것[瞢
重]’은 독립적 속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치심소는 대상을 명료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지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튼 혼침에 떨어져 마음이 혼미하고 무거우면 『성유식론』의 지적처럼
명료한 통찰지인 관觀을 방해하게 된다. 따라서 혼침에 떨어지면 좌선할
때는 고개를 밑으로 떨구고 꾸벅꾸벅 졸게 되고, 화두를 들 때는 화두를
놓치고 인식이 흐릿해진다. 이런 혼침이 일상에서 나타나면 마음이 명석하
지 못해 일의 선후를 놓치고, 옳고 그름을 판별하지 못하는 등 실수가 잦
아질 수밖에 없다.
도거掉擧, 마음이 들떠 안정되지 못하는 번뇌
혼침과 반대되는 번뇌심소가 도거掉擧(auddhatya)이다. 도거掉擧라는 낱
말은 ‘흔들리고 들뜨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마음이 들떠서 어수선하고,
차분하지 못한 심리작용을 말한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도거란 “마음이
대상을 만날 때 고요하게 머물지 못하게 하는 성질이다[令心於境 不寂靜為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