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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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비가 서 있는 대웅전 앞쪽으로의 사역이 합쳐져 지금의 대가람인 쌍
             계사를 이루고 있다.
               쌍계사의 사역으로 들어가는 소나무 숲은 일품이다. 겨울철에 사위가

             고요하고 눈이 쌓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물어 적막한 가운데 바람 소

             리만 들린다. 봄에는 따뜻한 남국의 햇살을 느끼며 송림 숲속 길을 걷는 맛
             이 제일이다. 최치원崔致遠(857-?) 선생은 쌍계사의 풍광을 이렇게 묘사하
             였다.




                  기묘한 절경을 두루 둘러보고 나서 남쪽 고개의 한 기슭을 좋아 택
                  하니, 앞이 확 트여 시원하기가 최고였다. 절집을 지음에 있어, 뒤
                  쪽으로는 저녁노을에 잠긴 산봉우리에 의지하였고, 앞으로는 구름

                  이 비치는 개울물이 내려다보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시야를 맑게

                  하는 것은 강 건너 보이는 먼 산이요, 귀를 시원하게 해주는 것은
                  돌에 부딪치며 솟구쳐 흐르는 계곡 물소리였다. 더욱이 봄에는 시
                  냇가에 온갖 꽃들이 만발하였고, 여름이면 길가에 소나무가 그늘

                  을 드리웠으며, 가을에는 산 사이의 우묵한 산골짜기에서 밝은 달

                  이 떠올랐고, 겨울이 오면 흰 눈이 산마루에 가득 덮였다. 사시사
                  철의 모습은 수도 없이 변하였고, 온갖 사물들은 서로 빛을 발하며
                  반짝거리고는 했다. 여러 소리들은 서로 어울려 읊조리곤 했으며,

                  수많은 바위들은 서로 자기가 제일 빼어나다고 다투었다. 그래서

                  일찍이 중국에 유학했던 사람이 찾아와 여기에 머물게 되면 모두
                  깜짝 놀라며 말하기를, “혜원慧遠(335-416) 선사가 머물던 동림사東
                  林寺를 바다 건너 여기에 옮겨 왔도다.”라고 탄성했거늘 이는 실로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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