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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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하동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는
                                   쌍계사 가는 길은 이런 풍광을 그대로 지니
                                   고 있다. 천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되, 인간만 잠시 왔다가

                                   갔을 뿐이다.
                                     쌍계사 일주문一柱門에 이른다. 이제부터
                                   사역으로 들어간다. 여기서부터 일주문-금

                                   강문-천왕문-9층 석탑-팔영루-진감선사

                                   탑비-대웅전-금강계단까지  당우들이  일
          사진 2. 금강문.
                                   직선을 이루고 있다. 부처가 있는 공간으로
                                   까지 계단을 밟아 오르게 된다. 이 일직선상

                                   으로 이루어진 대웅전 영역은 원래의 옥천

                                   사 영역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벽암화상에
                                   의하여 조선시대에 와서 조성된 것이다.
                                     작은 개울에 놓인 외청교外淸橋의 석교를

                                   건너서면 이제 속세와 인연을 끊고 피안의

                                   세계로 들어간다. 여러 개의 공포를 높이
                                   올려놓아 다포계 건축물의 화려함을 잔뜩
          사진 3. 천왕문.
                                   뽐내고 있으면서도 드나드는 통로는 작지
          도 크지도 않아 전체 가람에 잘 어울린다. 일주문에는 해강海岡 김규진金圭

          鎭(1868-1933) 선생이 전서의 획으로 예서풍으로 쓴 ‘삼신산 쌍계사三神山雙
          磎寺’라는 겸손한 현판이 걸려 있다. 작고 크고 작고 크고를 리듬 있게 반복
          하면서 글자의 크기를 바꾸어가며 썼다. 선생이 큰 붓으로 힘차게 쓰지 않

          은 것은 아마도 금당에 걸려 있는 추사선생이 쓴 현판을 의식한 것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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