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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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선생의 글씨가 걸려
있는 곳에서 기분을 낼 수
는 없지 않았을까. 더구나
추사의 금석학 연구의 맥
을 이어오는 위창葦昌 오
세창吳世昌(1864-1953) 선
사진 4. 팔영루.
생이 그 시절 해강선생의
글씨를 주시하고 있던 형편이었기에 이 절에 현판을 쓰면서 이러저러한 상
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주문 뒤쪽에도 해강선생이
‘선종대가람禪宗大伽藍’이라고 쓴 현액이 걸려 있다(사진 1).
해강선생은 일찍이 중국에서 서화를 익히고 일본에서 사진까지 배워 그림,
글씨, 사진 등에서 기예를 드날렸는데, 현판 가운데 최고의 뛰어난 작품으
로는 단연 ‘상왕산 개심사象王山開心寺’의 장대한 현판 글씨를 꼽고 싶다.
일주문을 지나 돌로 포장된 길을 지나면 여러 돌계단이 위로 난 축대 위
에 금강문金剛門이 서 있다. 금강문은 일주문 다음에 통과하는 문으로 불법
을 수호하고, 속세의 진애를 떨어버리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불법을 수호
하고 악을 벌하는 천신인 금강역사金剛力士를 안치하고 있는데, 왼쪽에는
붓다를 늘 모시는 ‘밀적금강密迹金剛’이 있고, 오른쪽에는 엄청난 힘을 가지
고 있는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이 있다. 이 금강문은 신라시대 진감국사가
지었고, 인조 19년 즉 1641년에 벽암선사가 다시 짓고 현판의 글씨를 직접
썼다. 출입하는 통로문은 홍살문으로 되어 있다(사진 2).
금강문을 지나면 또 돌계단으로 쌓은 높은 곳에 천왕문天王門이 서 있
는데, 문 앞에는 양 옆으로 석등이 있다. 천왕문은 숙종肅宗 30년(1704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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