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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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금당과 동서방장실.
다. 아무리 선종에서 조사를 높이 받들고 또 남종선의 시조가 되는 혜능대
사라고 하더라도 그 두골을 봉안한 공간을 금당이라고 한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 금당의 건물은 육조정상탑을 세운 다음에 후대 사람들이 이를 보
호하기 위해 지은 것 같다. 정말 혜능대사의 두골을 봉안하고 탑을 세운 것
이라면 또 어느 누구가 이를 훔쳐 갈지도 모르고,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적
대적으로 대하는 인간들이 탑을 무너뜨리고 사리를 없애 버릴 수도 있었
으니 집을 지어 보호하고 밤에는 문을 닫아 놓을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광신적인 이상한 인간들은 있기 마련이고, 또 조선
시대에는 유자儒者들이 절을 빼앗는 방법으로 주로 한 짓이 사람을 시켜 절
에 불을 질러 태워 버리는 것이었으니 탑을 아예 무너뜨려 없애 버릴 위험
성은 언제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전각을 금당이라고 이름을 지었
다. 금당 좌우로는 동방장東方丈과 서방장西方丈이라는 현판이 걸린 작은
당우가 있다. 방장실을 동서로 나누어 각각 세웠다. 다른 절에서는 보기 드
문 일이다. 지금의 팔상전이 옥천사의 대웅전이었기 때문에 이곳에는 석
가모니불이 주불로 모셔져 있다(사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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