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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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를 본本으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15)
‘무주’란 사람의 본성이다. 세간에서 선, 악, 아름다움, 추함, 내지
원수이거나 친함, 말로 상처 주거나 속이고 다툼이 있을 때, 그 모
두를 공空으로 삼아 갚아서 해침을 헤아리지 않으며, 염념 가운데
앞의 경계를 헤아리지 않는 것이다. 만약 전념 금념 후념이 염념
에 상속相續하여 단절이 없음을 계박繫縛이라고 칭한다. 제법諸法에
서 염념이 머물지 않는다면 바로 무박無縛이다. 이것이 ‘무주’를
본本으로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16)
이러한 인용문으로부터 ‘무주’는 ‘무념’·‘무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끊임없이 상속되어 발생하는 염념에 단절이 발생하면 ‘법
신이 색신을 떠남’, 즉 죽음이지만 그렇다고 ‘일념이 머문다면’ 바로 ‘계박’
이 되어 버린다.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염념에 ‘단절’을 일으켜
서는 안 되지만, ‘머묾’이 일어나면 법에 묶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일
견 모순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보본에는 “만약 일념에
단절이 있다면 법신은 곧 색신을 떠나게 된다.”라는 구절이 생략되어 있다.
그렇다고 돈황본이 모순된 논리를 전개한 것이 아니라 앞의 ‘무념’·‘무상’
에서의 이중적 논리로 이해한다면 결코 모순된 논리가 아니라 ‘반야공관’
15)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38c), “無住者, 爲人本性. 念念不住, 前念今念後念, 念念相續, 無有斷絶. 若一
念斷絶, 法身卽離色身. 念念時中, 於一切法上無住. 一念若住, 念念卽住, 名繫縛. 於一切法上, 念念不
住, 卽無縛也. 是以無住爲本.”
16) 宗寶本, 『壇經』(大正藏48, 353a), “無住者, 人之本性. 於世間善惡好醜, 乃至冤之與親, 言語觸刺欺爭之時,
並將爲空, 不思酬害, 念念之中不思前境. 若前念今念後念, 念念相續不斷, 名爲繫縛. 於諸法上念念不
住, 卽無縛也. 此是以無住爲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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