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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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한 기운이 일어날 때는 거기에 기세를 더하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은 곳에 또한 바람이 통하게 한다.              1)



               ‘불풍류처야풍류’란 말 그대로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에 바람을 통하

             게 한다는 뜻입니다. 풍류가 없는 곳에 오히려 풍류가 있을 수 있고 묘미
             가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읽을 경우 풍류는 인간의 내
             면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죽음도 질병도 상처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어 놓는다면 바람이 잘 통하는 상태, 즉 풍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도

             리는 평범한 일상도 풍류가 될 수 있고 나아가 측간에서도 풍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줍니다.
               당나라의 유명한 승려 임제(?-867)는 불도佛道란 애써 공부하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저 평상대로 아무 일 없는 것이 불도이며, 똥오줌 누

             며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누워서 쉬는 가운데 불도가 있다고 말합니
             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도 바람의 소식을 듣는 이런 사고방식이야말
                2)
             로 ‘불풍류처야풍류’입니다.

               임제보다 한 세대 뒤의 운문(864-949)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운문

                                                    3)
             은 부처는 마른 똥 작대기라고까지 말합니다.  똥 작대기란 용변 후 화장
             지 대용으로 쓰던 둥근 막대기를 말합니다. 도道란 똥오줌을 누는 데 있고,
             부처는 마른 똥 작대기라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이 대담함은 어디에서






             1)  『오등회원五燈會元』, 권제20, “上堂 拈拄杖曰 未入山僧手中 萬法宛然 旣入山僧手中 復有何事 良久曰 有
               意氣時添意氣 不風流處也風流 卓拄杖一下”
             2)  『임제록臨濟錄』, 시중示衆, “師示衆云 道流 佛法無用功處 祇是平常無事 屙屎送尿 著衣喫飯 困來卽臥 愚
               人笑我 智乃知焉 古人云 向外作工夫 總是癡頑漢”
             3) 『무문관無門關』, 제21칙, 운문시궐雲門屎橛, “雲門因僧問 如何是佛? 門云 乾屎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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