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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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로 그 측간에서 오줌을 누
                                       고 수도암을 떠납니다. 1시간 동안 쉬
                                       지 않고 올라온 수도암에서 1시간도 채

                                       머물지 못하고 내려옵니다. 수도암에

                                       서 청암사 쪽으로 내려가는 8km의 인
          사진 6. 점심 식사.
                                       현왕후길(사진 5)을 걷기로 했으니까요.
          길은 평탄하고, 낙엽은 수북하게 쌓여 있고, 햇볕은 따뜻하고, 마음은 고

          요합니다.

           1시간쯤 걸어가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습니다(사진 6).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은 음식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먹는 방법입니다. 친구들과 땀 흘리
          며 산행한 후에 함께 먹는 점심은 그 자체로 진수성찬입니다. 배고픔은 신

          성한 감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점심입니다.

           점심을 먹고 걸어가는 오솔길 역시 평화롭고 따스합니다. 그 다음에는
          내리막 계단이 무려 2.7km나 이어집니다. 계단 하나가 꼭 두 걸음씩 걷도
          록 되어 있어서 피로도가 가중됩니다. 끝없는 급경사를 계속 툭툭 내려가

          노라면 골반과 무릎은 물론 엄지발톱까지 다 아픕니다.

           호젓한 초겨울 산길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마음속에 긴 울림을 남겨 놓
          습니다. 측간의 사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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