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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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것일까요?
임제나 운문은 스스로의 사
색을 통해 그렇게 단호하게 말
할 수 있었습니다. 사색을 통하
여 얻은 지식만이 진정한 지식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제나
사진 4. 수도암 화장실의 안과 밖.
운문이 하는 말에는 활기가 넘
칩니다. 우리가 진정 스스로 사색하는 자가 되고 싶다면 그 소재를 현실에
서 찾아야 합니다. 이렇게 비근卑近한 데서 도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불도
에 내면의 깊이를 더해 주고 범부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하
나를 더해 줍니다.
임제나 운문처럼 비근한 데서 도를 구하는 정신은 중국 정신사의 오랜
전통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원전 4세기에 이미 장자(B.C. 369?-B.C.286?)가
큰 도리는 똥오줌에도 있다고 단언했습니다(사진 4).
장자는 도가 어디에 있느냐는 동곽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는 있지 않는 곳이 없다. 땅강아지와 개미에게도 도는 있다. 강
아지풀과 논에서 자라는 피에도 있고, 기왓장과 벽돌에도 있다. 나
아가 도는 똥오줌 속에도 있다.” 4)
도가 땅강아지나 개미는 물론 강아지풀과 피에도 있고 심지어 기왓장이
4) 『장자莊子』, 외편外篇·지북유知北游, 東郭子問於莊子曰: “所謂道, 惡乎在?” 莊子曰: “無所不在.” 東郭子
曰: “期而後可.” 莊子曰: “在螻蟻.” 曰: “何其下邪?” 曰: “在稊稗.” 曰: “何其愈下邪?” 曰: “在瓦甓.”
曰: “何其愈甚邪?” 曰: “在屎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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