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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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4호 | 『백일법문』 해설 104 |  북한산 자락에 단풍이 곱게 물드
                대수번뇌심소③
                                             는 계절이 왔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그 황홀한 빛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둘레길을 지나 산 중턱을 걷고 있
             실념失念,                           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잠시 산자

             정신 줄을 놓는 번뇌                     락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와 원고도 쓰
                                             고 이것저것 챙겨야지 다짐하며 길을

                                             나선 터였다. 하지만 가을 햇살에 반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 연학실장
                                             짝이는 단풍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나
                                             도 모르게 산 중턱에 이르고 말았다.
                                             살다 보면 이렇게 무엇에 마음이 홀리

                                             거나 분주한 일상에 매몰되어, 챙겨야

                                             할 일을 깜빡 잊어버리고 엉뚱한 일에
                                             빠질 때가 있다. 보통 그런 상황에 대
                                             해 ‘정신 줄을 놓았다’고 말한다.




                                               가을 단풍에 젖어 정신 줄 놓다


                                               ‘정신  줄’이라는  재밌는  낱말에는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
               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         사전적 의미로 보면 ‘정신 줄’이란 ‘정
               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
                                             신’과 ‘줄’이 합성된 말이다. 따라서 ‘정
               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
               원,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신 줄 놓다’는 표현의 의미는 “연줄을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끊으면 연이 허공으로 날아가듯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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