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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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벽돌 나아가 똥오줌 속에도 있다는 단
             호한 표현은 장자가 얼마나 깊게 사색했
             는지 그 깊이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런

             표현에는 어떤 상식이나 형식에도 구애받

             지 않는 천재의 생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이처럼 기원전 4세기경의 장자로부터
             9세기의 임제, 10세기의 운문에 이르기까

             지 중국 정신문화사의 대가들이 측간의

             풍류를 노래했지만, 측간은 역시 냄새나                 사진 5. 인현왕후길.
             는 곳입니다. 최근까지도 측간은 일상 공간에 둘 수 없었으므로, 대부분 집
             옆의 후미진 곳에 마련되었습니다. 그래서 ‘뒷간 측厠’ 자를 사용했습니다.

               안채에서 떨어져 있는 측간은 나무나 풀숲에 가려져 있어 어둑어둑한 그

             늘에서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곳입니다. 빗방울 소리도 들리고 벌레 소리, 새
             소리도 잘 들리는 곳이라 예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측간에서 생기 넘치
             는 사색에 잠겼습니다. 송나라의 대문호 구양수가(1007-1072)가 자신은 많

                                                                5)
             은 작품을 마상馬上, 침상枕上, 측상廁上의 삼상三上에서 썼다 는 말을 했습
             니다. 마상과 침상이 생각하기 좋은 장소라는 것이야 누구나 다 아는 바이
             지만 측간을 그런 장소와 나란히 열거한 것은 참으로 정직하면서도 비범
             한 말입니다.

               측간에 대해서 학자들은 불결하다고 생각해서 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료를 찾아보면 측간의 풍류는 의외로 매우 광대하고 심오해서 인류 정
             신사의 원천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5) 구양수歐陽修, 『귀전록歸田錄』, “余平生所作文章, 多在三上, 乃馬上 枕上 廁上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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